2018년 일본 우주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촬영한 소행성 류구의 모습.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제공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에서 지구 생명체를 구성하는 핵심 물질이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지구가 생긴 뒤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을 품은 소행성이 지상에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수십억년 전 생물이 탄생한 뒤 진화를 거쳐 복잡한 생태계가 나타났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는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은 22일 소행성 ‘류구’에서 퍼온 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일본이 발사한 우주탐사선 ‘하야부사 2호’는 2019년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우주를 비행하고 있는 류구에 착륙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두배에 달하는 거리다. 류구는 지름 900m짜리 소행성인데, 하야부사 2호는 여기서 암석 시료 5.4g을 채취했다. 2020년에는 시료를 낙하산을 통해 지구에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류구에서 퍼온 시료는 지구가 형성된 45억년 전보다 더 오래 전에 태양계의 끝인 해왕성 궤도 인근에서 생긴 것들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시료에서 발견된 특이한 물질인 ‘우라실’이었다. 우라실은 DNA가 가진 유전정보를 세포 내로 운송하는 수단인 RNA를 이루는 네 가지 핵심 물질 중 하나다. 생명체가 나타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에서 확인됐다는 얘기다.
RNA를 구성하는 물질은 이전에도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하지만 지상에 낙하한 뒤 지구 환경을 통해 ‘오염’ 됐을 가능성을 과학계에선 의심해 왔다. 발견된 RNA 물질이 원래부터 소행성에 있던 것인지, 아니면 지구의 자연계에서 옮아온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로 RNA를 이루는 물질은 우주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연구진은 우주를 떠돌던 얼음 속 분자가 우주 방사선을 받아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런 RNA 구성 물질이 생겼을 공산이 크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생명체의 외계 기원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소행성이 지구 표면으로 지속적으로 낙하하면서 생명체의 씨앗을 뿌렸고, 이를 바탕으로 생물이 생겨나 진화가 진행되면서 지금 같은 복잡한 생태계가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소행성에서 형성된 RNA 물질이 초기 지구로 전달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소행성에 존재하는 물질이 행성에 생명체를 만드는 발판이 된다면 지구나 태양계를 넘어 훨씬 먼 우주에서도 생명체가 이런 방식으로 탄생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소행성이 유독 지구에만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2020년 또 다른 소행성인 ‘베누’에서 시료를 채취해 올해 9월 지구로 귀환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오시리스-렉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누에서도 류구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물질이 확인된다면 지구 생명체의 외계 기원설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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