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안정

암반사면의 수분 또는 물의 영향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물이 ‘윤활작용’을 한다고 믿어왔으나 테르쟈기는 첫째 무기질의 종류에 따라 물의 역할이 다르며 예를 들어 석영(quartz)의 경우 매끈하고 건조한 표면의 마찰계수가 0.17내지 0.20인데 반해 물에 젖었을 경우는 0.36 내지 0.41로 늘어난다고 하였고 둘째로 세계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하 암반의 절리나 흙과 암반사이의 경계면은 이미 충분한 수분을 갖고 있어 강우가 새로이 윤활작용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그는 강우 또는 지하수의 영향은 첫째 입자사이에 존재하는 표면장력 또는 겉보기 점착력(apparent cohesion)을 제거하고 둘째 공극을 채운 물이 상재 지반의 단위 중량을 증가시키며 셋째로 입자간의 수용성 바인다(soluble binder)를 제거하고 넷째로 간극수압이 증가하여 전단강도를 저하시킨다고 지적하였다.

암반사면안정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지질요소를 페튼과 디어(F.D. Patton and D.V. Deere)는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1. 연약구조면과 구조대

2. 특이하거나 복잡한 지하수 조건

3. 변동폭이 큰 지하수위

4. 미세한 지질구조가 간극수압분포에 미치는 영향

5. 변위로 인한 전단강도의 큰 감소

6. 단층과 파쇄대와 관련된 특이사항

7. 표면 요철의 크기

8. 축척 효과

9. 풍화와 수열 변화

10. 기타

a) 점토가 충진된 경사 절리

b) 응력해방된 단층작용을 받은 배사구조

c) 옛 수로 밑에 있는 경사점토층

d) 석회암층이 용해되어 인접한 혈암층 두께가 증가될 때

e) 혈암층 중 경사진 단층마찰면

f) 사암 위층에 존재하는 경사진 점토층

 

테르쟈기에 의하면 카나다의 알버타에 있는 터틀산(Turtle Mountain)이 1903년 활동을 일으켰는데 이를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절리가 많은 암반 속으로 침투한 물과 그 동결작용은 깊은 심도에 이르지 못하므로 활동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단단한 석회암층이 보다 연약한 석회암층 위에 있고 따라서 암체가 상재하중으로 인해 포행(creep)을 일으키다가 석탄 채굴로 포행의 속도가 증가하면서 서서히 안전율이 감소하여 활동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유명한 말파세 댐(Malpasset Dam)의 경우는 댐 기초지반이 활동을 일으킨 경우로서 이 댐 은 1954년에 준공되어 1959년 12월 2일, 5일간의 호우 뒤에 갑자기 붕괴되었다. 이 사고로 하류 7.2km 지점에 위치한 프레후스(Freius) 마을을 홍수파가 덮쳐 4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초지반의 암반은 석탄기의 암층이 기반암인 편마암을 덮고 있는데 엽리가 발달된 편마암 속의 미소 열개(microfissure)가 기반암의 약점으로 생각되었다. 그림 1.23에 보인 바와 같이 두개의 단층이 제체 하류에 쐐기를 형성하고 상류측에 있는 비교적 불투수성의 암반 때문에 큰 양압력이 서서히 형성되어 하류측 암체에 균열을 확대시키자 좌안 부분이 활동을 일으켜 댐의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포항지역, 대구지역, 칠곡지역의 퇴적암층에서 사면붕괴가 발생하였고, 안동댐과 인하댐의 수몰지역 도로 이설공사에 건설한 교량의 교대가 활동을 일으킨 퇴적암층의 횡압으로 측방이동을 하였으며 1999년 9월 10일에는 부산의 황령산에서 응회질 혈암이 붕괴를 일으켰다. 모두 엽리(foliation, lamination), 열개(fissures), 층리(bedding, stratification), 벽개(fractures), 균열(cracks), 절리(joints), 측면벽개(cleavage), 공동(cavities), 박층(seams) 등의 연약구조를 갖고 있는 퇴적암 층이 토목공사로 인해 교란되고 강수가 침입할 기회를 얻어 열화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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